일제 침략의 역사적 상처와 한민족 이산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노력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질화된 남과 북의 상호이해와 문화통합을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계기로 이들이 한마음이 되어 ‘평화디딤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화디딤돌은 사단법인 ‘남북문화통합교육원’을 모태로, ‘한민족 다문화 삶의 역사 이야기’와 ‘동아시아평화마을’이 함께 뜻을 모아 만든 단체입니다. 남북 분단, 한민족 이산, 동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각각 오랜 기간 다양한 실천 사업을 진행해 온 모임들입니다. 서로의 주제가 긴밀하게 결합된 문제이고, 그 해결을 위한 실천 역시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화디딤돌’을 구성하는 ‘남북문화통합교육원’, ‘한민족다문화 삶의 이야기’, ‘동아시아평화마을’은 각각 고유한 중심주제, 대상집단, 접근방법이 있습니다. 남북한의 분단현실과 문화통합을 주제로 탈북 이주민 중 특히 아동 청소년들을 교육하는데 주력하는 일, 한민족의 이주와 다문화 상황을 주제로 특히 장노년들의 삶의 역사를 기록하고 교류하는 일, 동아시아의 침략과 식민의 역사적 상처를 밝히고 치유하면서 관련국 청년들이 ‘진실과 화해’ 경험을 하도록 하는 일들을 각각의 모임과 단체가 오랜 기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에 ‘평화디딤돌’이란 이름으로 함께 힘을 합쳐서, 우선, 남북한․한민족․동아시아라는 상호 관련되는 주제들을 통합적으로 수렴하여 재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아동․청년․노년이라는 세대별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구성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로, 교육․대화․워크숍이란 접근방법을 서로 공유하면서 역동적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광복 70년이 되는 오늘날에도 일제가 아시아 각국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의 가해자 집단은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정죄되지 않았고, 요즘에는 아시아 침략과 반인도적 범죄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일본인의 긍지를 회복하겠다는 위험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한반도와 한민족 사이를 가로 지르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의 상처에 더해서, 분단과 내전, 냉전적 대치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국경을 넘는 다각적 교류와 이주의 물꼬가 트이고 경제적 상호 의존관계는 깊어졌지만 남북과 한일, 한중, 중일관계를 비롯한 동아시아 각 사회 간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평화 디딤돌’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분단의 벽을 넘어 서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국경을 넘나들며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이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건너가도록 돕는 작은 실천의 디딤돌이 되고자 합니다.
– 정병호(평화디딤돌 대표,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