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이 탄광. 전쟁 시기에 약 5천명에 달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징용되어 수용된 곳이다.

소식

[소식]고향으로의 긴 여정: 일본-한국, 기억과 화해의 그 순간 / 테사 모리스-스즈키

9 Sep , 2015  

Long Journey Home: A Moment of Japan-Korea Remembrance and
Reconciliation
(The Asia-Pacific Journal, Vol. 13, Issue. 36, No. 1, August 31, 2015)

고향으로의 긴 여정: 일본-한국, 기억과 화해의 그 순간

테사 모리스-스즈키(Tessa Morris-Suzuki, 호주국립대 교수)

비바이 탄광. 전쟁 시기에 약 5천명에 달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징용되어 수용된 곳이다.

비바이 탄광. 전쟁 시기에 약 5천명에 달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징용되어 수용된 곳이다.

 

2015년 9월 11일 홋카이도 북부 타도시라 불리는 마을의 작은 절에서 놀라운 여정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날부터 열흘 간 일본인, 한국인 그리고 여러 나라 사람이 단체로 모여 홋카이도의 마을 몇 군데를 시작으로 돌면서, 도쿄와 교토를 거쳐 히로시마까지, 그리고 시모노세키 항구에서 해협을 건너 한국의 부산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 서울에서는 시청 앞 광장에서 대중과 함께 추모 장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여정에 함께 참석하는 사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 기간 동안 일본에 노역자로 끌려 간 115명의 한국인(조선인)의 유해가 여정을 따라 옮겨지는 속에서 추모제가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유해가 편히 쉴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9월에 유해를 옮기는 경로는 전시 일본의 머나먼 광산과 건설현장으로 이동하던 시절, 그들이 이용했던 경로를 거슬러 따라간다. 트럭, 배, 기차를 타고 머나먼 일본의 땅으로 이동하던 때, 그들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해 가족과 만나지 못하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끝내 70년이 흘러서야 그들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슈마리나이의 우류댐.

슈마리나이의 우류댐.

전시 강제동원된 노역자들이 매장된 무덤 표식들

전시 강제동원된 노역자들이 매장된 무덤 표식들

 

이 여정은 말 그래도 여러 맥락에서 긴 여정이다. 목숨을 잃은 노역자의 유해 일부는 일본 내 가장 큰 불교집단인 조도신슈(淨土眞宗)에 소속된 사찰에서 전쟁 이후에 계속 안치되어 있었다. 안치된 유해 중에는 조선인 노역자 14구의 시신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시신은 5천 여명에 달하는 조선인 탄광노역자들이 끌려와 일하던 홋카이도 비바이 마을의 탄광에서 전시 와중에 가스가 폭발하면서 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것이다. 식민지 시기 조도신슈는 조선의 식민화에 적극 협력했고 일본적 종파를 따라 한국의 불교를 “개종”시키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종파가 저지른 이 같은 과거 역사에 책임을 지며 반성을 도모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조도신슈의 니시혼간지파는 강제 동원된 노역자들의 유해를 사찰에 안치해 이들의 영혼을 달랠 의식을 거행하면서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된 가족과 연락을 취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아사지노 군비행장 지역의 발굴 현장

아사지노 군비행장 지역의 발굴 현장

 

나머지 유해는 홋카이도 시민단체가 강제노역이 실시된 여러 지역에 대한 연구와 발굴을 통해 발굴한 것이다. 그 중 한 곳이 홋카이도 북서부의 슈마리나이 지역의 우류댐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1937년과 1943년 사이 거대 규모의 수력 댐 건설사업이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당시 동북아시아 지역 내 가장 큰 규모의 인공 호수가 만들어졌다. 또 다른 지역은 홋카이도의 북부 연안에 위치한 아사지노 비행장으로서 전시 동안에 군사 비행기지로 건설된 곳이다. 이 비행장 건설을 위해 무려 4백 명에 달하는 조선인 노역자들이 징용되었고 이 중 34구의 유해가 그 지역에서 시신으로 발굴되어 이 여정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노역자들이 겪은 가혹한 처지는 홋카이도에서 시행된 강제노역이라는 오랜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메이지 시대에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죄를 지어 노역에 종사하게 된 사람들이 홋카이도 섬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이 쇠사슬 고리에 묶인 채 철도와 도로 건설에 동원된다. 20세기가 시작되던 무렵 죄를 짓고 부역하던 노역자들은 더 이상 이 같은 건설 프로젝트에 동원되지 않았고, 이들을 대신해서 소위 “타코베야”(문어방)노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 일을 떠맡게 된다. 타코베야 노역자들은 비좁고 갑갑한 상자 같은 공간에 감금되어 탈출하지 못하도록 엄중한 경계를 친 속에서 계속 일해야만 했다. 이런 식의 노역은 전시 기간 내내 지속되어 홋카이도의 탄광과 건설 노동자로 징용된 조선인은 145,000명, 중국인은 1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저지른 이러한 강제노역의 기억은 아시아 주변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관계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Underwood 2006, 2010; Seaton 2015 참고).

 

슈마리나이의 추모비

슈마리나이의 추모비

슈마리나이에서 행해진 망자를 위한 아이누민족 의식 준비 장면

슈마리나이에서 행해진 망자를 위한 아이누민족 의식 준비 장면

 

고향으로의 귀환 여정을 조직하고 있는 핵심 인물은 “평화를 위한 동아시아 공동워크샵”의 구성원들이다. 1997년에 형성된 이 워크샵은 타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도노히라 요시히코 스님, 인류학자 정병호와 여러 사람들,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이 올해 초 비영리기구로 새롭게 만든 동아시아 시민네트워크(한국측, 평화디딤돌)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8년의 기간 동안 워크샵은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을 함께 모아 정기 모임을 가지면서 함께 슈마리나이와 아사지노 지역의 유해 발굴에 참여했다. 모두 합해 대략 1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워크샵에 함께 참여하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의 미래 세대가 모여 과거에 대해 서로 배우며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 것이다(Tonohira 2013: Morris-Suzuki 2013).

노역자들의 유골은 거대한 무덤 터 주변에서 발견되었는데 일부 유골은 개인적인 소지품과 함께 발굴되어 누구인지 식별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이를 토대로 생존해있는 친인척을 찾아보거나 유해를 되돌려 보내고자 하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감정적으로도 괴로운 지난한 과정이 수년 동안 계속되었다. 다른 유골은 일본이라는 머나먼 땅의 구석진 곳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무명인 채로 남아있기도 하다.

 

9월에 진행되는 고향으로의 귀환 여정

9월에 진행되는 고향으로의 귀환 여정

 

9월의 행사는 풀뿌리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귀환 여정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다. 이 행사는 많은 일본인에게 전시 동안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를 바라는 염원이자 일본이 주변국가와의 화해를 도모하도록 촉구하는 증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염원은 동아시아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리고 최근 일본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과오 속에서도 살아남아 진정성과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논란이 되는 과거 역사를 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불의로 인해 가해진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9월에 시도될 고향으로의 귀환 여정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그 길을 향한 중요한 첫 시작의 발걸음이 될 것이다. 동시에 기억과 화해를 위한 길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의 뿌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대화의 장을 열어갈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귀환 여정을 조직하는 사람들에게 국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여정에 대한 한국어 사이트도 참고할 수 있다. http:www.return2015.com

테사 모리스-스즈키는 호주국립대학교 아시아태평양대학의 태평양과 아시아역사학과 일본사 교수이자 아시아-태평양 저널의 협력 편집인이다. 최근 저서로 <북한행 엑소더스(Exodus to North Korea: Shadows from Japan’s Cold War)>, Borderline Japan: Foreigners and Frontier Controls in the Postwar Era, To the Diamond Mountains: A Hundred-Year Journey Through China and Korea 등이 있다.

참고문헌
Morris-Suzuki, Tessa. 2013. “Letters to the Dead: Grassroots Historical Dialogue in East Asia’s Borderlands” In East Asia Beyond the History Wars: Confronting the Ghosts of Violence. Tessa Morris-Suzuki, Morris Low, Leonid Petrov and Timothy Y. Tsu. London: Routledge.
Seaton, Philip. 2015. Local History and War Memories in Hokkaido. London: Routledge.

Tonohira, Yoshihiko. 2013. Ikotsu: Katarikakeru Inochi no Konseki. Kyoto: Kamogawa Suhppan.

Underwood, William. 2006. “Names, Bones and Unpaid Wages: Seeking Redress for Korean Forced Labor.” Parts 1and 2. The Asia-Pacific Journal: Japan Focus. 17 September.

Underwood, William. 2010. “Redress Crossroads in Japan: Decisive Phase in Campaigns to Compensate Korean and Chinese Wartime Forced Laborers”. The Asia-Pacific Journal. 30-1-10, July 26.

 

* 원문 링크 http://japanfocus.org/-Tessa-Morris_Suzuki/4368/articl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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